1월 2일 토요일 · 로마 · 콘데사
물웅덩이에 비친 비행기
Respirar
「로마」
알폰소 쿠아론 · 2018
「로마」를 세 번 봤다. 한 번은 한국어 자막으로, 한 번은 수업 준비하느라 스페인어 자막으로, 한 번은 자막 없이. 세 번 다 첫 장면의 비행기가 제일 오래 남았다. 도착하는 날에는 그 비행기 쪽에 앉아 보고 싶었다.
루트
- 1
오후
공항
앱 택시로 30분 남짓 - 2
사진 ProtoplasmaKid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늦은 오후
알바로 오브레곤 대로
숙소에 짐을 두고 걸어서Metro Insurgentes (1호선) · 알바로 오브레곤 대로부터 걷기지도 ↗ - 3
테페히 거리
로마 수르, 걸어서 15분 남짓 - 4
사진 ProtoplasmaKid ·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해 질 녘
멕시코 공원 타원
걸어서 15분 남짓Metro Chilpancingo (9호선) · 암스테르담 거리 한 바퀴지도 ↗
투손에서 차 없이 산 지 칠 년째라, 나는 어디를 가든 남의 차나 남의 바퀴에 실려 간다. 이번에도 피닉스 공항까지는 셔틀, 거기서부터는 비행기였다. 멕시코시티에 가까워지자 창밖이 끝없는 지붕으로 바뀌었고, 비행기는 어느 동네 위를 아주 낮게 지났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알았다. 로마 지구였다.
「로마」의 첫 장면은 마당 타일 바닥이다. 비눗물이 밀려왔다 빠지고, 고인 물에 비친 하늘로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간다. 그 비행기에 누가 타고 있었는지는 영화가 말해 주지 않는다. 그날은 내가 타고 있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공항 택시 기사는 출발하자마자 물었다. "¿De dónde eres, chinita?" 한국 사람이라고 하자 그는 "¡Corea!"라고 두 번 외치고, 딸이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독학한다고 자랑했다. chinita라는 말은 그날 이후로도 여러 번 들었다. 작고 다정하게 부르는 말인데, 동시에 동아시아 사람을 한 단어로 뭉뚱그리는 말이기도 하다. 번역하다 이 단어를 만나면 나는 아마 각주를 달 것이다. 그날 택시 안에서는 각주 없이 그냥 웃었다. 그의 딸이 언젠가 이 말에 대해 아빠와 이야기하게 되리라는 쪽에 걸고 싶었다.
1 숙소 계단 두 층을 오르는데 숨이 찼다. 투손과는 시차가 한 시간뿐인데 고도는 1,500미터나 차이가 난다. 짐을 두고 알바로 오브레곤 대로로 나갔다. 가운데로 긴 산책로가 지나가고, 화려한 옛 저택들 사이사이에 매끈한 새 건물이 끼어 있다. 쿠아론이 찍은 1970년의 로마는 아직 1985년 지진을 모른다. 내가 걸은 로마는 그 지진에 무너졌다가 다시 세운 동네였다. 새 건물이 끼어 있는 자리마다 무언가가 무너졌던 것이다.
2 남쪽 테페히 거리는 쿠아론이 어린 시절을 보낸 거리다. 집을 찾아 사진을 찍는 대신 벤치에 앉아 귀를 열었다. 녹음된 남자 목소리가 확성기로 오아하카식 타말을 판다고 외치며 자전거와 함께 지나갔다. 유튜브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영화 속 도시도 화면보다 소리가 많았는데, 그 소리 중 몇 개는 아직 같은 목소리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3 콘데사로 내려가 멕시코 공원을 감싼 암스테르담 거리를 한 바퀴 걸었다. 길이 타원으로 빙 도는 건 이 자리가 옛 경마장이었기 때문이다. 경마장은 사라졌는데 트랙은 길로 남았다. 걷다 보니 이 도시 전체가 그런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진 것의 윤곽을 따라 길이 나 있다. 호수도 그렇게 사라졌다.
저녁에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고 기다리는데 주인이 "ahorita"라고 했다. 교과서대로라면 '지금 곧'이다. 나는 이십 분을 기다렸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ahorita를 '지금'이라고 가르쳐 온 걸 조금 반성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기차 기적 같은 소리가 길게 울렸다. 군고구마를 싣고 다니는 카모테 수레의 증기 호루라기였다. 「로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비행기가 다시 지나간다. 나도 고개를 한 번 들고, 잤다.
알아둘 것숙소는 로마나 콘데사에 잡으면 사흘 치 저녁이 걸어서 해결돼요.